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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전체 글 (284)
물에 살고싶은 개발자
법전에 이런 한 줄이 있다. “기간의 말일이 토요일 또는 공휴일에 해당한 때에는 기간은 그 익일로 만료한다.” 민법 제161조다. 조제목은 “공휴일 등과 기간의 만료점”이고, 문장은 정말 이게 전부다.민법 제161조 원문. 국가법령정보 오픈API 로 현행 민법 전문을 받아 작성자가 직접 대조했다(2026년 9월 28일 확인).짧아서 다 설명해 주는 것처럼 보이는데, 오늘 통장에서 벌어지는 일의 절반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이 조문은 “내가 내야 하는 돈” 쪽에만 얼추 들어맞고, “내가 받는 돈” 쪽은 이 조문으로 설명이 안 된다.왜 그런지가 이 글의 내용이다. 먼저 결론부터.내는 돈은 규칙이 하나다. 대출 이자, 대출 만기, 카드대금, 보험료, 통신료, 공과금 자동납부 — 납입일이 연휴에 걸렸으면 별도 약..
문자 한 통이 와 있다. 열어 보니 링크가 하나 붙어 있고, 손가락이 그 위에서 잠깐 멈춘다. 누를까, 말까.이 글은 그 순간에 관한 글이 아니다. 문자를 어떻게 알아보는지, 뭐가 수상한지는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가짜 우편물 안내문이나 택배ㆍ과태료 사칭 문자를 조심하라는 보도가 있었고, 그런 안내는 이미 넘친다.이 글이 다루는 건 그 다음 순간이다. 이미 눌렀고, 이미 돈이 나갔을 때. 그때 법이 무엇을 해주고 무엇은 안 해주는지다.근거는 한 법에 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이름이 길어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라는 약칭을 법이 스스로 달아 놨다. 아래 내용은 2026년 9월 8일 시행판(법률 제21909호)과 2026년 8월 4일 시행 시행령(대통령령 제36552..
추석 선물을 앞에 두고 제일 많이 나오는 질문은 이거다. “30만원 이하면 괜찮은 거 아니냐.”이 질문을 그대로 받아서 뜯어보면 가정이 세 개 숨어 있다. 하나, 30만원이 선물 한도라는 가정. 둘, 한도 이하면 허용이라는 가정. 셋, 나는 이 법이랑 상관없다는 가정.법령 원문을 열어 보면 셋 다 그대로 통과하지 못한다. 하나씩 조문으로 확인해 보자. 오늘 쓰는 금액과 날짜는 전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 원문에서 직접 받아 대조한 것이다. 사람들이 김영란법이라고 부르는 그 법의 정식 이름이고, 줄여서 청탁금지법이라고도 한다.직무와 관련이 없으면 — 이 법이 금지하는 선은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한 회계연도에 300만원이다. 그 아래에서는 5만원이니 30만원이..
전자공시 사이트에 회사 이름을 넣고 검색하면 보고서 제목이 주르륵 뜬다. 그중에 「현금ㆍ현물배당결정」이라는 제목을 하나 열면 숫자가 빼곡한 표가 나온다. 나는 그 표에서 딱 한 줄만 본다. 여섯 번째 칸, 배당기준일. 옆에 날짜가 하나 적혀 있다.요 며칠 배당 기사가 쏟아졌다. 제목은 대체로 이런 식이다. 「이날까지」, 「이틀밖에 안 남았다」, 「28일까지 사야 막차」. 날짜가 하나씩 박혀 있는데, 여러 개를 읽다 보면 기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어떤 기사는 27일이라 쓰고 어떤 기사는 28일이라 쓴다.그래서 그 날짜가 어디서 나온 건지 따라가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날짜는 법전에 적혀 있지 않다. 회사가 정한 기준일 하나에 그달 달력이 곱해져서 나오는 값이고, 지금은 그 달력 쪽이 확정이 아니다.기준..
달력에서 9월 마지막 주를 펼쳐 놓고 빨간 칸을 세어 보자. 24일 목요일, 25일 금요일, 26일 토요일, 27일 일요일. 여기까지는 아무도 안 헷갈린다. 문제는 그 다음 칸이다. 28일 월요일.이 칸을 놓고 지금 두 가지 말이 섞여 돌아다닌다. 하나는 “토요일이 껴서 대체공휴일이 생기는 거 아니냐”이고, 다른 하나는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수도 있다더라”다. 이 둘은 같은 말이 아니다. 근거가 되는 조문이 다르고, 정하는 사람이 다르고, 정해지는 시점도 다르다. 섞어서 생각하니까 답이 안 나오는 거다.먼저 날짜부터 한 칸씩 끊어서 판정하고, 그 다음에 왜 그렇게 되는지 조문을 열어 보겠다. 9월 24일 (목) 공휴일이다. 추석 전날. 음력으로 8월 14일이다. 9월 25일 (금) 공휴일이다. 추..
먼저 단어 하나만 짚고 가자. “병역 면제”. 뉴스도 그렇게 쓰고, 검색창에도 다들 그렇게 친다. 그런데 「병역법」을 켜놓고 이 제도를 담당하는 조문을 찾아 읽으면, 거기엔 그 말이 안 적혀 있다.오해하지 말자. 병역법에 ‘면제’라는 단어 자체는 분명히 있다. 제71조가 그렇다. 나이가 서른여섯이 되면 입영 의무가 면제된다는 조항이다. 의무가 그냥 사라지는 경우다.메달 얘기를 하는 조문은 그게 아니라 훨씬 앞쪽에 따로 있다. 제33조의7부터 제33조의11까지 다섯 개 조문인데, 그 묶음에 붙은 이름이 「예술ㆍ체육요원의 복무」다. 첫 조문 제목은 「예술ㆍ체육요원의 편입」이다. 다섯 조문 어디에도 면제라는 말은 없다.두 단어는 뜻이 다르다. 면제는 의무가 없어지는 것이고, 편입은 병역의 종류가 바뀌는 것이다..
공무원 봉급표라는 건 실제로 존재하는 표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 표다. 「공무원보수규정」이라는 규정 뒤에 별표 3이라는 이름으로 붙어 있다. 맨 윗줄에 1급부터 9급까지 급수가 가로로 늘어서고, 맨 왼쪽에 호봉이 1부터 아래로 내려간다. 그러니까 9급은 맨 오른쪽 열이고, 1호봉은 그 열의 맨 윗칸이다.그 칸 하나만 열어 보자. 지금 붙어 있는 표에 적힌 숫자는 이거다.2,133,000공무원보수규정 별표 3, 9급 1호봉. 표 머리에 “월지급액, 단위: 원”이라고 적혀 있다.작년 표의 같은 칸은 2,000,900이었다. 132,100원이 올랐다. 이 두 숫자가 이 글의 전부라고 해도 되는데, 문제는 이게 ‘언제부터의 이야기냐’다. 봉급(본봉) — 9급 1호봉 기준, 월액2,000,900원에서 2,133..
9월 17일 목요일과 9월 18일 금요일 사이. 달력으로는 그냥 하루다. 그런데 그 하루를 건너면서, 어제까지는 신청해봐야 근거 조문이 없던 일이 오늘부터는 회사가 거절할 수 없는 일이 됐다.바뀐 건 법전 몇 줄이다. 짧게는 한 문장 안에 끼워 넣은 구절 하나, 길게는 조문 하나가 통째로 새로 생겼다. 그래서 법 원문을 받아 어제 판과 오늘 판을 나란히 놓고 대조해봤다. 무엇이 정확히 달라졌는지부터 세 줄로 적는다. 배우자가 유산ㆍ사산했을 때 쓰는 휴가9월 17일까지는 그런 조문 자체가 없었다. 9월 18일부터는 5일 범위에서 쓸 수 있다. 다만 유급은 5일이 아니라 최초 3일이고, 유산ㆍ사산한 날부터 20일 안에 청구해야 한다. 배우자 출산휴가9월 17일까지는 조문이 “출산한 날부터 120일”만 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