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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전체 글 (265)
물에 살고싶은 개발자
4,350만 원. 현대차가 작년 12월에 발표한 2026 포터 II 일렉트릭의 제일 싼 트림 가격이다. 회사가 낸 보도자료에 그렇게 적혀 있다.여기서 빼보자. 나라가 주는 돈이 소형 전기화물차 기준으로 최대 1,050만 원. 빼면 3,300만 원이다. 서울시가 얹어주는 돈이 315만 원. 또 빼면 2,985만 원.아직 3천만 원 근처다. 요즘 도는 기사 제목은 "1천만 원대"라는데, 거기까지 내려가려면 1천만 원쯤이 더 빠져야 한다. 보조금을 최대로 다 받았다고 쳐도 그렇다. 그래서 그 제목의 숫자가 어디서 나온 건지 찾아봤다. 표시가격 4,350만 원 빼기 — 국고보조금 최대 1,050만 원 빼기 — 지자체보조금 서울 315만 원 남는 ..
9월 28일. 월요일이다. 지금 이 날짜 하나 때문에 검색창이 바쁘다. 어떤 기사는 "연차 3일 쓰면 9일 쉰다"고 하고, 어떤 기사는 "28일이 임시공휴일이 될까"라고 한다. 둘을 같이 읽으면 28일이 이미 쉬는 날인 것처럼 읽힌다.그래서 법 조문을 직접 열어봤다. 확인해보니 지금 한 덩어리로 굴러다니는 얘기 안에 이미 확정된 날짜와 아직 아무것도 아닌 날짜가 섞여 있다. 이 둘을 갈라놓는 게 이 글이다. 2026년 9월 19일부터 28일까지 — 확정된 날과 아닌 날 19토주말 20일주말 21월평일 22화평일 23수평일 24목공휴일 확정추석 전날 25금공휴일 확정추석 26토공휴일 확정추석 다음 날 27일공휴일 확정일요일 28월미정정해진 바 없음..
이 얘기는 서류 다섯 건으로 정리된다. 8월 25일, 두 회사가 각각 「주요사항보고서(회사합병결정)」를 냈다. 8월 26일, 남는 쪽 회사가 「증권신고서(합병)」를 하나 더 냈다. 그리고 9월 4일, 금융감독원 이름으로 두 건이 더 접수됐다.그 두 건의 제목이 이렇다. 한쪽은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122조)」, 다른 쪽은 「정정 명령 부과(164조)」. 뉴스는 이걸 묶어서 "제동"이라고 부른다.두 문서를 열어봤다. 둘 다 길지 않다. 합쳐서 A4 한 장이 안 된다. 그런데 두 문서 어디에도 승인이라는 말도, 거부라는 말도, 불허라는 말도 없다. 대신 다른 말이 적혀 있다. 2019년, 쪼갤 때 한 회사 안에 있던 사업을 떼어내 자회사로 만들었다. 주주 손에 든 주식은 그대로였다. ..
2026년 7월 16일, TSMC 실적 설명회. 회장 겸 최고경영자 웨이저자가 이렇게 말했다.“우리 패키징 생산능력이 너무 빠듯해서, 지금은 그게 고객사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습니다.”원문: “our packaging capacity is so tight that now it limits my customers’ growth.” 회사가 자기 투자자 페이지에 올려둔 그날 녹취록에 적혀 있다.여기서 패키징은 포장지 얘기가 아니다. 다 만든 칩을 잘라내서, 다른 칩과 함께 쌓고, 판때기에 붙여 하나의 부품으로 만드는 일이다.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일이 끝난 다음에 벌어지는 작업이다.이 문장 하나만 보면 답이 나온 것 같다. 막힌 자리는 회로를 새기는 데가 아니라 붙이는 데구나. 그런데 같은 녹취록을 더 읽으면..
오늘 새벽 기상청이 발표한 통보문에 이 두 숫자가 적혀 있다.북위 25.8도동경 131.4도제24호 태풍 크로반 — 2026년 9월 7일 04시 00분 발표, 7일 03시 기준지도에 찍어보면 제주 서귀포에서 남남동쪽으로 950km쯤 떨어진 바다다. 이건 통보문에 적힌 표현이 아니라 위 좌표로 내가 직접 계산한 근사치다. 감이 안 오면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직선으로 대략 325km니까, 그 거리의 세 배쯤 되는 먼 바다라고 보면 된다.그런데 검색창에는 ‘열대저기압’이 올라와 있고, 기사에는 25호 두쥐안, 26호 수리개, 27호 초이완이라는 이름이 같이 돌아다닌다. 오늘 기상청 통보문에 걸려 있는 태풍은 24호 크로반 하나뿐인데 말이다.이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려면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열대저기압..
상법에서 "소각"이라는 말이 나오는 조문을 세어봤다. 예전에는 일곱 개였다. 지금은 여덟 개다.늘어난 한 개가 제341조의4고, 제목이 「자기주식의 소각의무 등」이다. 요즘 뉴스에 "자사주 1년 내 소각"이라고 줄여 나오는 그 조문이다.그런데 원문을 열어보니 이 조문에 대해 흔히 붙는 설명 하나가 어긋나 있었다. 이건 앞으로 바뀔 법이 아니다. 이미 6개월 전부터 시행 중인 법이다. 그리고 하필 지금 검색이 몰리는 이유도 조문이 아니라 부칙에 적혀 있었다. 부칙은 법 뒤에 붙어 "언제부터 적용하느냐"를 정하는 부분이다.그 얘기를 하기 전에, 이 주제에서 제일 많이 엉키는 낱말 두 개부터 마주 세워둔다. 사는 것 (취득)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서 회사 금고에 넣어두는 것. 세상에 나와 ..
한 장에 2,000억원, 그게 넉 장이었다. 곱하면 8,000억원이다. 지난 1일 오전 서울의 한 은행 영업점 창구에 그 자기앞수표 넉 장이 올라왔고, 입금해 달라는 말을 들은 직원이 전산 조회를 요청했는데 조회가 되지 않았다.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고, 수표를 건넨 사람은 위조 혐의로 그 자리에서 붙잡혔다.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고, 이 글에서 사건 얘기는 여기까지다.내가 궁금했던 건 다른 쪽이다. 8,000억이라는 숫자가 왜 창구에서 그렇게 티가 나나. 그리고 우리가 뭉뚱그려 "수표"라고 부르는 그 종이는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물건이길래 그런가. 법 조문을 직접 열어봤더니 생각보다 명쾌했다. 위조를 어떻게 했는지는 안 쓴다. 그건 알아서 좋을 것도 없고, 알려서 좋을 것도 없다. 수표 넉 장에 적혀 ..
구글이 현지 시각 9월 2일 새 인공지능 모델 두 개를 내놨다. 제미나이 3.8 플래시와 제미나이 3.8 플래시 사이버다. 오늘 국내 검색 급상승 목록에 ‘제미나이’가 검색량 1만 회 이상으로 올라와 있다.그런데 같은 발표를 두고 한국 기사 제목이 정반대로 붙었다. 한쪽은 역대 최고라고 썼고, 다른 쪽은 굴욕이라고 썼다. 인공지능신문 · 2026년 9월 3일 “구글, 역대 최고 수준의 추론 및 코딩 모델 ‘제미나이 3.8 플래시’ 공개… ‘제미나이 3.8 플래시 사이버’도 출시” 같은 발표를 두고 “‘제미나이의 굴욕’ 구글 AI 새 모델, 메타에 성능 뒤져” SBS Biz둘 다 틀렸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두 제목은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쓴 것이고, 무엇을 보고 썼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