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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전체 글 (293)
물에 살고싶은 개발자
고구마.이 세 글자만 검색창에 치면 뭐가 나오는지 오늘 아침에 직접 재 봤다. 네이버 자동완성에서 입력한 말 자체를 돌려주는 칸을 빼면 7칸이 남는데, 그게 냉동고구마, 고구마5KG, 고구마파종시기, 찐고구마, 고구마찌는법, 고구마채소, 호박고구마다. 유통, 조리, 재배로 꽉 차 있고 태풍은 한 칸도 없다.그런데 “태풍 고구마”로 붙이면 6칸이 전부 태풍으로 바뀐다. 사람들이 이름 세 글자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앞에 두 글자를 붙여 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 6칸 중 네 번째가 “태풍 고구마 뜻”이다.그래서 뜻부터 간다. 그리고 뜻을 찾아가면 그 앞에 붙은 “제29호”라는 번호가 어디서 나온 숫자인지도 같이 걸린다. 둘은 생긴 모양이 비슷해서 한 덩어리로 보이는데, 나오는 곳이 다르다.번호 — ..
“세금 0원 통장.”이 계좌를 소개하는 광고 문구와 기사 제목에 거의 빠지지 않고 붙는 말이다. 계좌를 열면 뭘 준다는 안내문에도, 나이대별로 하나씩 꼭 들고 있어야 한다는 소개글에도 같은 다섯 글자가 들어간다. 파는 쪽이 쓰는 말이다.그 말이 가리키는 제도는 하나다. 「조세특례제한법」 제91조의18, 조문 제목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대한 과세특례”다. 2026-10-06 현재 시행 중인 판(시행 2026-09-18)을 법제처 쪽에서 원문으로 받아 한 줄씩 읽었다. “0원”이라는 말은 그 조문에 없다. 대신 금액 두 개와 연수 하나가 적혀 있다.세금 0원 → 법이 쓴 말은 비과세 한도금액까지 0원, 넘는 금액은 100분의 9의무가입기간 → 법이 쓴 말은 계약기간이 3년 이상일 것서민형 · 중개형 → ..
이 글을 읽는 데 필요한 정보는 하나뿐이다. 몇 년에 태어났는지.농담이 아니라 제도가 진짜로 그렇게 생겼다. 검색창에 "국민연금 수령나이"를 치면 자동완성이 열 칸 뜨는데, 그중 아홉 칸이 "63년생", "64년생", "65년생" 같은 출생연도 질의다.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 숫자는 모두에게 같지 않다.그런데 왜 그런지, 그리고 정년과는 무슨 관계인지는 잘 안 나온다. 그래서 법령 원문을 열어서 따라가 봤다. 결론부터 두 줄로 적는다.회사 정년의 바닥은 60세.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가 정한다. 바닥이라서 더 긴 건 괜찮다.연금이 나오기 시작하는 나이는 60세부터 65세. 「국민연금법」이 정하는데, 법 본문이 아니라 뒤에 붙은 부칙이 출생연도로 가른..
"냉동 블루베리는 씻어서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검색창에 "냉동 블루베리"를 치면 자동완성 맨 위에 뜨는 말이 "세척"이다. 그런데 이 질문 한 문장 안에는 서로 다른 질문 두 개가 붙어 있다.하나는 "씻어야 하나"다. 다른 하나는 "안 익히고 그냥 먹어도 되나"다. 사람들은 이 둘을 한 덩어리로 묻지만, 제도는 둘을 같은 자리에 두지 않았다. 둘 중 하나에는 포장에 적힌 글자로 답이 나와 있고, 나머지 하나는 내가 찾아본 범위에서는 적으라고 정해 둔 조항을 찾지 못했다.그래서 이 글은 포장에 법으로 적히게 되어 있는 쪽만 다룬다. 먼저 밝혀 두면 이 글은 건강 글이 아니다. 무엇이 건강에 어떻다거나 얼마를 먹으라는 얘기는 한 줄도 없고, 식품을 분류하고 그 분류를 포장에 적게 한 제도 얘기만 한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지기 전에 승무원이 종이 한 장을 돌린다. 이름, 여권번호, 좌석번호, 한국 내 주소, 최근 21일 동안 들렀던 나라, 그리고 몸이 어땠는지 체크하는 칸이 줄줄이 있다. 볼펜이 없어서 옆자리에 빌리고, 다 적고 나면 접어서 여권 사이에 끼운다.그리고 입국장 게이트로 걸어가면서 생각한다. 이거 원래 내는 건가. 안 내면 어떻게 되나. 앞사람은 그냥 지나가는 것 같은데, 나만 손에 들고 있는 것 같다.10월 연휴에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몰리는 시기다. 이 종이의 정체를 법으로 확인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라가 알아서 해주는 절차와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신고는 따로 있다. 그리고 그 둘의 경계는 생각보다 명확하다. 두 줄로 먼저 나라가 하는 것 — 들어오고 나가..
앱을 켜고 목적지를 찍으면 목록이 뜬다. 맨 위에 한 줄, 그 아래 한 줄, 또 한 줄. 이름은 서비스마다 다르게 붙어 있고, 옆에 뜨는 금액도 서로 다르다. 보통은 제일 위를 그냥 누른다. 급하면 아래쪽, 빈 차가 안 잡히면 더 아래쪽.그 목록에서 한 줄을 고르는 행위가, 사실은 요금을 정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선택이다. 같은 거리, 같은 시간인데 적용되는 규칙이 다르다. 택시가 한 종류가 아니라서 그렇다. 고르는 그 한 줄이 가르는 것 법은 택시를 여섯 가지로 나눈다. 경형, 소형, 중형, 대형, 모범형, 고급형. 기준은 서비스 이름이 아니라 배기량과 차 크기, 그리고 몇 명이 타는 차인지다. 경형·소형·중형·모범형, 그리고 승용차를 쓰는 대형은 관청이 정해 둔 범위 안에서 요금을 정해 신고한..
다 쓴 보조배터리가 손에 들려 있다. 충전이 더 이상 안 된다. 들고 베란다로 나가서 분리수거함 앞에 선다. 플라스틱 칸에 넣으면 될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종량제 봉투에 넣는다. 이게 아마 가장 흔한 결말일 것이다.그 봉투에 들어가면 안 되는 물건이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무엇이 언제부터 바뀌는지"를 알려주는 기사들이 서로 다른 시점을 섞어 쓰고 있어서, 읽고 나도 내가 뭘 해야 하는지가 안 남는다. 그래서 이 글은 두 가지만 한다.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게 언제부터인지를 가른다. 종량제 봉투에 넣으면 안 되는 것 보조배터리·폐건전지 — 전지수거함으로 간다. 배터리가 들어 있는 소형가전 — 분리가 안 되면 제품 그대로 전용수거함으로 간다. 우유팩·두유팩 같은 ..
기초연금을 알아보다가 제일 먼저 걸리는 낱말이 "소득"이다. 그런데 이 제도는 그 낱말을 그대로 쓰지 않는다. 「기초연금법」이 쓰는 말은 소득인정액이다. 글자 세 개가 더 붙었을 뿐인데 뜻이 아주 다르다.그래서 이 제도에서 제일 흔한 일이 "내 월급이 이만큼이니까 나는 안 되겠네" 하고 알아보기를 그만두는 것이다. 그 계산은 애초에 틀린 계산이다. 기준과 견주는 값이 월급이 아니기 때문이다. 흔히 아는 것 한 달 소득이 기준보다 많으면 기초연금은 못 받는다. 실제로는 기준과 견주는 값은 소득인정액이다. 일해서 번 돈은 월 116만원을 먼저 떼고 남은 것의 70%만 들어가고, 집은 지역별 공제액과 부채를 뺀 뒤 연 4%로 환산해서 들어간다. 그러니까 이 글은 금액을 맞춰주..
